작품 수배자는 1999 년 성곡미술관에서 있었던 단체전 버스(Bus)展에 출품되었던 작품입니다.

전시장내에는 캔버스에 제작된 작품이 걸리고, 복제된 같은 이미지의 작품이 가나아트에서 운행하는 미술관 순회버스 외부에 부착되어서 전시기간인 16 일 동안 서울시내를 순회 운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작품이 부착된 버스는 실제로 1999 년 8 월 6 일 오전 평창동 -> 인사동 -> 평창동 구간을 1회 순회했지만,  
경찰측에서 '불법부착물'이라는 이유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해 옴에 따라서, 버스에서 철거해서 전시장으로 옮겨 설치되었습니다.

 

다음은 전시가 열리기 직전에 있었던 인터뷰입니다.
 

1999 년 7 월 29 일 / 밤 11 시 7 분 ~ ?   / 장소 - '대안공간 루프'
인터뷰, 정리 - 강 철 (1971 년 생, 예술학)

 

강철 (이하 ) :   신창원이 이렇게 빨리 잡힐 줄 몰랐어요.   
   솔직히 잡히지 않았으면 작품의 의의가 더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동기 (이하 ) :   그러니까 이번 전시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을 받았을 때부터 신창원 작품을 준비했었습니다.   
   원래는 작년에 그렸던 캔버스 작품이죠.   
   하지만 신창원이 잡힌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몰라요.

:   왜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신창원을 미화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아
  공영방송인 KBS 에서도 파렴치범으로 쐐기를 박는 특집 방송까지 하는 판인데요.

:   바로 그 점입니다. 사람들은 신창원에 대해서 머리로 생각할 때는 100 퍼센트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죠.   
   심지어 강간까지 했잖아요. 하지만 웬지 무의식 속에서는 조금은 부러워 하기도 하고 동경까지 하는 것 같아요.   
   배척하는 사람이 있고 또 옹호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두 가지 느낌이 공존하고 있다는 거죠.

:   하긴 그래요.   
   제 경우에도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감옥의 담을 넘고 경찰의 포위망을 뚫을 때마다 이상하게 신이 나더라구요.   
   물론 경찰아저씨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야릇한 대리만족 같은 것을 느꼈죠.

:   맞습니다.   대리만족이죠.   위기를 '뛰어 넘는' 대리 만족.   
   하버마스의 말에 따르면 이 세상은 '시스템' 과 '생활 세계' 로 구분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시스템에 길들여져 살아가죠.   예를 들면 학교, 회사, 정부, 군대 등등.   
   하지만 사람이라는 동물은 시스템을 뛰쳐나가 생활세계로 들어 가려는 본능 같은 것이 있죠.

:   하지만 질서라고 할까요?   
   그것을 깨뜨리면 사회가 좀 피곤해 지는데...

:   그래서 이 세상에는 감옥과 정신병원이 존재하는 거죠.  
   신창원은 절대 불변처럼 보이는 이 시스템을 잘도 뛰어 다니면서 우리의 무의식을 살짝살짝 건드려 준거죠.

:   그렇다면 이번 전시의 주제와 신창원의 그림은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거죠?

:   이윰씨가 기획한 버스전과 제 작품의 맥락은 비슷할 겁니다.   
   이 전시의 취지는 버스를 타고 좀 더 대중에게 접근하자는 것이잖아요.       
   다시 생각하면 미술이 미술관을 뛰쳐나가고 싶은 본능의 표현이기도 하죠.   
   미술관, 듣기만 해도 얼마나 근사합니까?   하지만 아까 말한 전형적인 시스템의 산물이죠.

:   그러고 보니 미술관을 도망치는 버스나 제도로부터 도망치는 신창원, 모두 일탈의 이미지네요.   
   그러면 이러한 일탈의 이미지 말고 신창원이 나타내는 또 다른 의미가 있나요?

 

:   사실 말이라는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서.
   하지만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또 무의식에 관한 얘기입니다.
   프로이드가 말한 성의 무의식과 죽음의 무의식입니다.
   물론 잡히고 나서 더 확실히 밝혀 졌지만 신창원은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죠.
   또한 신창원은 수많은 파괴와 폭력으로 죽음을 코앞에 두고 살았죠.
   한 인간의 짧은 시간에 축적된 성과 죽음의 에너지가 우리의 무의식을 아주 강하게 사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신창원을 그렸습니다.
   저는 살바도르 달리처럼 무의식을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    어쨌든 미술관 안도 아니고 버스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의 상당한 오해가 염려되기도 하는데요.

:    만약 신창원이 잡히지 않았더라면 이번 전시로 종로 경찰서에서 표창장을 받았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좀 염려되기도 해요.
   왜냐하면 제발로 걸어온 미술관 관객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버스의 벽이란 길거리에 그냥 노출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    소통의 오해 ... 표절시비도 있었죠. 아토마우스에 관한..

: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말씀드리죠.
   이미 일본에선 유명작가가 된 무라카미 타카시가 제 캐릭터와 유사한 그림을 그리고 있죠.
   하지만 그의 유명세 때문에 제가 표절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동경예대를 졸업한 나카무라 마사토라는 작가가 홍익대 대학원에서 저와 같이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가  공부를 마치고 일본에 돌아간 후 제 전시의 팜플렛을 보내 준 적이 몇 번 있었죠.
   그런데 나카무라 마사토와 무라카미 타카시는 동경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 작가들이죠.
   그래서 어쩌면 무라카미 타카시가 제 팜플렛을 보았거나 제 작품에 관한 얘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왜냐하면 그가 그 이전에는 그런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작가였는데, 좀 마음이 아픕니다.

:    하지만 증거는 확실하잖아요.

:    물론 팜플렛이라든지 하는 전시자료들을 확인해 보면 되겠죠.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이죠.
   외국에서 좀 비슷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표절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요.
   그렇다고 대중들을 원망할 순 없죠.
   그들도 속는데 이력이 났을테니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어쨌든 아토마우스는 제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