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아이스크림이다

* 미술울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 ~

어릴 적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만화를 잘 그렸다.
그래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항상 내 주위에 모여 있었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좋아하던 만화로는 '소년 007', 허영만의 만화, 길창덕의 명랑만화 등이 있었다.

* 최근에 갤러리 동동에서 가졌던 전시에 대하여 ~

5 월 4 일부터 30 일까지 '갤러리 동동' 에서 전시회를 했다.
나는 그동안 내 스스로 창안해 낸 '아토마우스' 라는 캐릭터로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이번 전시도 아토마우스가 등장하는 재미있는 상황들의 연출을 전시의 아이디어로 삼았고, 전시의 제목 역시 '아토마우스의 모험' 이라고 지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히 내 작품들만 걸어 놓고 둘러보는 전시가 아니라, 관람자인 어린이들이 직접 아토마우스를 그려 보기도 하는 등 놀이를 통해 쉽게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 '아토마우스' 가 태어나기까지 ~

사실 '아토마우스' 라는 캐릭터는 어느날 우연히 떠오른 것이다.
머리 속에 그저 막연히 떠오르는 형체를 종이에 옮겨 다듬게 된 것이 바로 '아토마우스' 이다.
종이에 그린 것을 가만 들여다 보니까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해 놓은 듯한 모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름을 아토마우스라고 붙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 시절의 만화는 거의 일본 만화이거나 미국 만화였다.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닮은 '아토마우스' 의  탄생 배경에는 그런 것들이 잠재되어 있는 내 무의식이 있다.

* 한국적인 '팝아트' 라는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하는데 ~


작업을 할 때는 그러한 장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장르에 내 작업의도를 맞추지 않고 그냥 떠오르는 것에 대해 그리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무의식으로부터 나온 결과를 보고 사람들이 거기서 '팝아트' 적인 면을 발견하는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단순히 팝아트 뿐만 아니라 초현실주의, 추상미술, 동양화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 추구하는 작품셰계라면 ~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일반인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의 미술이란 것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었다.
예를 들어 작가는 자신의 사상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 보는 사람은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아토마우스' 의 숨은 뜻 ~

숨은 의미나 뜻은 전혀 없다.
내가 만든 캐릭터인 '아토마우스' 는 그저 껍데기같은 존재일 뿐이다.
무언가를 담아내고 싶은 의도가 깃든 작업이 아니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작업이다.
즉, 내 작업의 의도는 없다는 얘기다.
내가 하고 싶은 최상의 작업은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고 아무런 개념도 설정하지 않은 상태, 무의식 중에 떠오르는 영감에 충실한 작업이다.
진공 상태 같은 무의식 속에서 작품에 대한 소스를 떠 올리면 어떠한 방법으로 다가갈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따라 기계적으로 스케치하고 채색하여 완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작업에 대한 합리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처음 떠올렸던 느낌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그린다는 말이다.
현대미술이 일반인들에게 재미없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작가들이 점점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 되어 가기 때문이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개념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 개념미술 ' 이 유행처럼 우리나라 미술계에 퍼지면서, 더욱 더 치밀하게 개념을  만들고 작업방식도 주도면밀하게 해나가는 풍토가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미술을 싫어하게 된다.
나는 이 것에 반기를 드는 입장이다.
그래서 논리적이지 않은 방식, 무의식에 의존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시각 ~

현대미술은 한마디로 '위기' 의 상태이다.
지금의 디지털 사회는 TV, 영화, 뮤직비디오, 게임 등의 새로운 장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한 장르들은 인간의 본능이나 욕망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만족을 준다.
이러한 것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본다.
사실 미술은 아주 재미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를 한편 보려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돌아올 때까지 대여섯시간은 족히 걸린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 가장 적절한 놀이거리는 영화가 아니라 미술일 수 있다.
미술감상은 단 10 초만 보면 되지만, 그 안에 이야기거리와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것들이 아주 많다.
영화 한편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이와 같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 다음 작업 계획에 대하여 ~

다음 작업의 주인공은 '라면' 과 '수표' 이다.
이것들도 어느날 갑자기 떠오른 이미지이다.
나는 앞으로도 개념에 충실한 작업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연히 떠오르는 이미지에 의존하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라면과 수표 역시 무의식으로부터 뛰쳐 나온 생각이다.
삼양라면, 모나미 볼펜, 박카스 등 가장 일상적인 물건들에 관심이 많다.

* '아토마우스' 를 상품화하는 것에 대하여 ~

내가 직접 만들기도 하고, 기업에서 제안을 해 온적도 있다.
올 가을에는 'CANKIDS' 라는 아동복 회사에서 아토마우스를 캐릭터로 등장시킨 옷이 나올 예정이다.
가을 시즌에 한정해서 내 작업을 이용한 옷들을 만들어 내기로 하였는데, CANKIDS 의 모든 옷에 아토마우스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스스로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논리를 긍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하고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경제적인 충족과 내 작품에 대한 유명세를 누리고 싶다.
그리고 서구에서의 미술품이라는 것은 사회계층 중 상류층만이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내 작품의 상품화에는 그에 대한 반대의 의도가 있다.
대량생산 시스템을 도입하여 내 작품을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퍼뜨리고 싶은 것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비틀즈' 의 앨범을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내 작품을 가지고 있게 하고싶다.
그 것이 꼭 오리지날 작품이 아니어도 좋고, 그냥 장난삼아 잡지에서 오려낸 것이라도 좋다.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내 작품을 하나씩 소유하게 된다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 내가 바라는 것이다.

* 작업의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서 작업할 때 항상 음악을 듣는다.
고교시절에는 음악에 미쳐서 아침에 일어나 잠들때까지 음악을 들은 적도 많았다.
음악을 하려고 마음먹고 작곡과 악기연주를 열심히 하기도 했었고, 한 번은 친구들과 록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었다.
일주일만에 해체되긴 했지만 말이다. (^^;;)
그리고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작업하는 태도나 삶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얼마전 있었던 전시에 냈던 작품 중 ' 가상 정신병 ' 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는데 이것은 영국의 록 밴드 '자미로콰이 (Jamiroquai)' 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결과물이다.
영화, 음악, TV, 다른 작가의 작품 등 세상 모든 것의 영향을 받아 내 작품이 탄생한다.
내가 보고, 읽고, 듣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니까 나는 혼자만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외부세계의 모든 것들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 '미술' 에 대해 주관적인 정의를 내린다면 ~

꼭 미술만의 얘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어떤 한 작품이란 '아이스크림'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아주 더운 여름날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
맛을 보지 않으면 그냥 녹아 없어지고, 맛을 보면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

우리나라 작가 중에는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로 알려져 있는 작가 '이석주' 를 좋아한다.
외국 작가로는 '앤디 워홀' 과 '살바도르 달리' 를 좋아한다.

                                                                                                         인터뷰, 정리 : 박운형 기자

                                                                                       월간 < 아트 앤 디자인 > 2001 년 7 월호